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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30. 09:19

[아카히카/태홍빛나] Last Act 글/포켓몬2020. 10. 30. 09:19

<Last Act>

 

 

 

 만남으로부터 일년 그다지  세월도 아니었다관계는 애매모호했다친구라기엔 연배가 달랐고연인이라기엔 거리감이 멀었으며동료라기엔 어떤 모험도 함께  적이 없었다라이벌이라기엔 경쟁한 적이 없고적대자라 하기엔 일련의 사건은 오래 전에 종식 되었다그렇다고 남남이라기엔 이미 산더미 만큼 많은 감정과 찌꺼기가  사람 사이에 쌓여 있었다.

 

햇살이 유독 밝은 여름날예지호수에  히카리는 먼저 운을 떼기를 어려워했다새처럼 조잘조잘 떠들기를 좋아하는 아이지만 오늘만큼은 유독 입이 무겁다아카기도 무어라 말을 시작해야할지 몰랐다좌중을 휘어잡는 달변가도 생애  이별에 담담히 연설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먼저 입을  것은 히카리였다.

 

나는…”

 

아카기는 조그만 입술에  신경을 기울인다.

 

나는…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어.”

 

목적어가 없는 문장아카기는 길게 한숨을 쉬고 말한다.

 

너와 네가….”

한번쯤은 ‘우리가’ 라고 해주면  되는 거야?”

 

히카리가 바로 면박을 준다지난 일년  동안 줄곧 참아왔던 말이다  일찍 하는  좋았을까이런 생각을 이제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라고 말하기에는.. 아무 것도 시작한 것이 없었다.”

 

냉정하네.”

 

 사람은 참으로 뭐라 정의 내리기 모호한 사이였다벗이라기엔 정이 부족하고애인이라기엔 사귄 적이 없으며지인이라기엔 서로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그렇다고 남남이라기엔

 

정말로 아무 것도 시작된  없다고 생각해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끝나는 건데?”

 

목구멍까지 끓어오른 감정을 겨우 죽이며히카리가 덤덤한  말한다목소리가 떨린다.

 

시작이 없는데 어떻게 끝이 있어?”

 

“…예를 들어마라톤의 시작 선에 서있고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도경기는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기가  표정으로 히카리가 아카기를 올려다본다아니쏘아본다.

 

정말이지 근사한 은유네!”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 결국 끝난다는 얘기다.”

 

그정도는 나도 이해한다고 두번 설명하지 않아도 정도로  빠진 어린 애는 아니니까..."

 

설명을 거듭하는  어쩌면 직업병인지도 몰랐다긴가단의 부하들은  재차 강조를 해줘야했으니까그래서인지 눈앞의 소녀는 한번 말하면 귀신같이 알아듣는똘똘한 아이라는  금새 잊곤 했다.

 

그치만 시작 선에 섰다는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는 거잖아.”

 

그것 또한 생각하기 나름이지.”

 

 놈의 생각생각…”

 

히카리는 분홍색 부츠로  밑의 자갈들을 가볍게 걷어찼다회색빛 돌가루가 아카기의 부츠 위로 스멀스멀 내려앉는다칙칙한 그의 부츠와 대비되어 히카리의 부츠는 유독 어린애 장난감처럼 유치해보였다이제 분홍색은 졸업할 때가 되었나?

 

그럼 소감을 말해줘시작 선에 섰지만 걸음도 달리지 않은 채로 경기가 끝나버린 심정 말이야.”

 

아카기는 대답하지 않는다.

 

후회 ?”

 

아카기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님 다행이다 싶어쓸데없이 기운 빼지 않아서어차피 끝까지 달리지도 못했을 텐데….”

 

끝은 있나?”

 

문득 되묻듯이 아카기가 답했다히카리는 더욱 얼이 빠졌다.

 

세상에 끝이 없는  어딨어….”

 

있다면 그건...말을 이으려던 히카리가 아카기의 표정을 발견하고 멈춘다.

아카기는 바로 보지 못하겠다는  고개를 돌리며  하늘을 응시한다구름   없는  하늘시를 읊듯아니 혼잣말을 하듯그의 속마음이 비친다.

 

그래서 시작하지 못했다.”

 

구름   없는  하늘이 공허한 눈동자에 비친다.

 

그래서… 시작하지 못했다.”

 

 말을 듣자마자 히카리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아아그런 거였어진짜 바보 같네하고 여느 때처럼 핀잔을 주지도 못하고커다란 눈동자에서 뚝하고 눈물이 흘렀다.

 

네가 이럴  같아서…”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울음소리를 밀어내고 간신히 할말을 꺼낸다.

 

나는그런  믿지 않아…”

 

그래.”

 

끝나지 않는 소설 같은 망상이나 하는… 당신이나… 생각하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그럴 필요 없었어.”

 

그래.”

 

그럴필요 없었다고.”

 

그냥 말하면 됐잖아. 솔직하게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했다고그러면 내가 당신의 그런 두려움을 툭툭 털어버리고대신 힘껏 어깨를 안아줬을 텐데실속 없는 상상은 그만하고  앞의 있는  손을 잡으라고 말했을 텐데.

 

그렇지만 정말로 끝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되는 거다.”

 

정말이지 바보같은 사내는 끝까지 단호하게 말한다꿈결 같은 이야기가그런 영화 같은 스토리가 정말 일어났을 거라고 단언한다. 사이에 영원한 사랑이 있었을 거라고... 시작조차 해보지 않은 사내가 단언한다

 

그래서 마지막이다.”

 

끔찍한.... 인사네.”

 

멍청하고 끔찍하고 로맨틱해이런 이별은 앞으로 평생 없을 거라고 히카리는 생각했다 다시 겪고 싶지도 않았다

여전히 눈물이 앞을 가려 아카기의 형체만이 어슴푸레 보였다.

 

안녕.”

 

“…..”

 

 있어라히카리.”

 

이제는 신오우에 오지 않을 거야영영 다시 보지 못하는 거야어른이 되어도 만날  없어수많은 말들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어쩐지 울음이 먼저 나와 꺼낼 수가 없었다뒤돌아가는 모습이라도 눈에 담고 싶었지만먼지가 일어난  시야가 하얗게 변해 아카기의 색조차 희미했다.

 

 …”

 

결국 너무나도 짤막한 이별의 언사를 마지막으로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채로 침침한 세계와 깜깜한 마음에 갇힌 채로 히카리는 아카기와 이별을 했다이제는 정말 마지막으로어차피 시작한  없으니 마지막일리도 없었지만굳이 포장하자면 영원히 시작하지 않은 채로 끝이  셈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참으로 애매모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명확히 남이 되었다.

 

아카기가 말한 영원이 이런 형태였다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시시하다고히카리는 생각했지만기약이 없었으므로 반문도  수가 없었다이제 그가 없어서 아무 말도 얹을  없었다대답 없는 이름만 불러대면서히카리는 어쩌면 아카기가 말한 영원이 이런 걸지도 모른다고영원히 메아리만 치고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라면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 거라면 끔직도 하다고. 출발선 앞에서 영영 울리지 않을 총성 소리를 기다리며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 나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
Posted by 새벽(dawn)
2020. 7. 15. 16:32

[아카히카/태홍빛나] 마음 글/포켓몬2020. 7. 15. 16:32

 

<마음>

 

 

 

 

 

생각에 잠긴 당신을 좋아했어.

 

말을 걸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곤 초간 생각에 잠기는 옆얼굴이 좋았다. 익숙지 않을 때는 무슨 말실수라도 해서 답을 바로 해주지 않는 걸까 싶었다. 그러나  적합한 답변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고민하는 순간이라는 알게 , 초간의 침묵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왠지, 나와의 대화를 조금은 특별하게 여겨주는 같았으니까.

 

습관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이어진다는 알고부터 나와 대화할 때는 초가 걸리는지 혹은 초가 걸리는지 어림짐작하기 시작했다. 대답하는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혹은 ,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면 때로 침묵은 찰나 같기도 영겁 같기도 했으니까.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파리한 손가락이 좋았어.

 

마치 화살표처럼 정확하게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바닥 만한 노트 위의 작은 글자도, 세계 지도 위의 후타바 타운도, 어두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도. 손가락을 이정표 삼아 바른 길을 찾아갈 있었다. 이따금 파란 스웨터에 가려져 있던 손목도 목덜미에 걸쳐있는 와이셔츠 깃도 당신 답게 반듯해서 좋았다.

 

이따금 나와 같은 어조로 말해주는 당신이 좋았어.

 

나이는 나보다 열댓살은 많고 누구보다 이지적이지만. 이따금 또래의 남자아이 같은 말투를 하곤 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 전부터 사귀어 친구처럼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때로 입술에서 내뱉는 농담이 너무나 아이 같아서, 그러면서도 너무나 재미 있어서, 우리 둘을 떼어 놓는 길고 세월조차 거짓말처럼 느껴지곤 했다. 전부 거짓말처럼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눈이 좋았어.

 

전부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적거나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면, 가끔씩 말없이 얼굴을 응시하던 눈빛이 좋았다. 마주치지 않아도 눈동자가 또렷하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는 알았다. 전부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심코 피식 웃어버리는 순간이 좋았어.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아무런 징조도 전후도 없이 문득 웃음을 흘리는 경우가 있었다. 어째서 웃는지, 유독 냉철하고 차가운 당신이 어째서 나와 마주보고 이야기하다 무심코 웃음을 흘려버리는지, 어린 나는 없었다. 제멋대로 행복한 예측을 해보다가도, 어쩜 사소한 찰나조차 자신의 망상으로 삼아버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자책하다가도 당신의 그런 웃음을 떠올리면 나도 따라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당신 앞에선 웃을 수가 없었어.

 

마음을 따르자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당신과 마주 순간에도 그리고 안녕하고 즐거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 후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아야 했다. 그렇지만 내키는 대로 미소를 지을 없었다. 조금이라도 흘려버리면. 마음이 흘러 나오면 들킬 테니까. 들키면 어떡하지? 혹시 이미 들켜버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신과 나는

 

참고 버티기엔 아직 어른스럽지 못했고, 그렇다고 떼를 쓰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아마 당신은 나보다 곱절은 시간을 걸어왔기에. 아마 이런 사소한 대화나 만남에 어떤 자유로운 설렘도 새로운 기대감도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당신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 어렸고 그리고 당신은

 

그래서 당신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어.

 

마음을 따르자면, 하루 종일 해바라기처럼 웃고 싶었다. 마음을 따르자면, 철없이 좋아한다 말하고 덥석 손을 움켜잡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을 따르자니,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을 순간에 잃을까 겁이 났다.

 

그래서 언제나 당신 앞에서 절반 만큼만 웃었어. 마음을 싹둑 잘라서 내보여도 이미 너무 크게 보였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동강 마음만큼만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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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새벽(dawn)
2018. 10. 4. 12:08

[아카히카/태홍빛나] 노도2 글/포켓몬2018. 10. 4. 12:08

아카히카_ 노도2

 

 

그늘진 마음 달랠 수 없을 때엔 바람이 저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새벽녘, 그를 닮은 조용한 햇살이 천천히 창가에 다가오기 시작하면 무릎에 볼을 얹고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녀는 다독인다. 이제는 소녀가 아니기에, 그 시절보다는 차분하게 되짚어 본다.

 

줄곧 당신을 보고 있었다. 만난 횟수를 헤아려 보자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비정한 운명을 보물처럼 안고 기뻐하기도 했다. 봉신유적에서도 그랬다. 어쩐지 당신이 했던 말은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차갑게 가라앉은 옆얼굴에 시선이 팔려서. 나보다 키가 두 뼘은 더 큰 당신. 언제쯤 그 어깨 쯤까지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만 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바라는 세상 같은 건.

 

허망한 두 눈에 빠져, 그 두 눈이 바라보는 세상 같은 건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하늘을 향해 손짓하면 손가락 끝만 바라보는 사람처럼.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왠지. 당신이 바라는 모든 일들을 망쳐버릴 생각만 했다. 신오우를 구해야겠다는 대의나 악을 처단한다는 정의감에서 온 대승적 감정이 아니라. 그저, 어쩌면. 당신이 갈망했던 이상향을 전부 이룰 수 없던 꿈으로 만들어 버리면. 당신의 꿈보다 더 크게 내가 자리잡을 것 같다는 치기 어린 심정이 앞섰다. 아직 당신의 반토막 밖에 안 되는 내가. 당신이라는 어른에게 가장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불확실한 계획으로

 

엉성하게 다져진 마음은 몰아치는 노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당신이, 혹은 나의 마음이. 아니, 당신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나를 바라는 눈동자는 언제나 부질 없이 불투명했다. 온갖 이물질로 가득 차서, 걸러낼 수도 없는 욕망 덩어리. 그렇기에 거꾸로 내가. 차고 무딘 심성에 부딪혀 잘게 부서졌다.

 

줄곧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먼 하늘 구름에 가려진 별 만을 뒤적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당신을 떠올렸다.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방법 같은 건 알지 못했다. 왜냐면,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어떤 기분인지 어떤 감정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좋아하는 아이가 모래성을 쌓으면 일부러 무너뜨리는 아이처럼, 당신이 힘들게 쌓아 올린 성을 부숴버렸다. 그제야 당신은 나를 바라보았던가?

 

이따금씩 불온한 마음에 불안해지곤 했다. 그럼에도 회색빛으로 침잠한 눈동자에 마침내 내가 비췄을 때, 거센 불안보다 세차게 고동이 뛰었다. 그제야 실감했다. 나는 살아서 저 두 눈에 담기고 싶었다고. 그것이 분노이건, 원망이건, 혹은 슬픔이건 간에. 어린 나는 복잡한 감정들을 구분할 줄을 몰랐으니까. 그저 당신 안에 나라는 존재가 커졌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조금 어른이 된 후,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달았을 때. 나는 후회했던가? 그보다는 죄책감이 앞섰다. 지난 날을 되돌린다해도, 어린 나는 같은 짓을 반복테니까. 또 당신의 꿈을 부수고, 모든 걸 헤집어버릴 테니까. 후회는 의미가 없었다. 다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괴로웠다. 사실 내가 정말 원했던 미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걸 깨닫는 게 버거웠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안락한 미래를 잡기 위해서 나는 수많은 노력을 해야했다. 어른이 되기 위한 무한한 인내. 망쳐버린 과거를 당신에게 돌려주기 위한 양보심. 더이상, 그 무엇도 빼앗지 않으려는 노력들.

 

태생부터 불온한 생명인지, 혹은 배려란 모르는 이기적 유전자인지. 나는 그 무수한 노력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행할 수 없었다. 영영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응석받이처럼. 늘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훔쳐내려는 해적처럼. 당신의 마음을 약탈하려 했다. 마주보고 서서 조곤조곤 심장을 다독여 진심을 끌어낼 생각은 않고. 언제나 앗아버리고 싶었다. 빼앗아서, 두 손에 움켜지면 당신이 더는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심장을 잡아채면 당신은 늘 그 공허한 두 눈에 나를 채워줬으니까.

 

결국 두려운 건 스스로의 본심이었다. 모두가 신오우를 구한 영웅이라고, 어린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워줬지만. 사실 내 장기는 파괴 뿐이었다. 누군가가 쌓아 올린 노력을 망가뜨리는 재주 뿐이었다. 단지 운이 좋아서, 부순 물건이 악의 온상이었을 따름이다. 사실, 그것 또한 잘 전시된 다른 이의 산물이었는데. 나로서는 다다를 수 없던, 뜨거운 열망이 탄생시킨 꿈의 결정체였을 텐데.

 

깨닫고 나면, 행복할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을 망칠 뿐인 나를 소중히 여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당신을 다시 바라보지 못했다. 그래. 나는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 했다. 남은 방도는 그 뿐이었으므로.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어하든,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그 길이 내가 가장 혐오하는, 자신이 있는 장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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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