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2

« 2025/2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2020. 7. 15. 16:32

[아카히카/태홍빛나] 마음 글/포켓몬2020. 7. 15. 16:32

 

<마음>

 

 

 

 

 

생각에 잠긴 당신을 좋아했어.

 

말을 걸면, 살짝 고개를 기울이곤 초간 생각에 잠기는 옆얼굴이 좋았다. 익숙지 않을 때는 무슨 말실수라도 해서 답을 바로 해주지 않는 걸까 싶었다. 그러나  적합한 답변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고민하는 순간이라는 알게 , 초간의 침묵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왠지, 나와의 대화를 조금은 특별하게 여겨주는 같았으니까.

 

습관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이어진다는 알고부터 나와 대화할 때는 초가 걸리는지 혹은 초가 걸리는지 어림짐작하기 시작했다. 대답하는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혹은 ,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면 때로 침묵은 찰나 같기도 영겁 같기도 했으니까.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파리한 손가락이 좋았어.

 

마치 화살표처럼 정확하게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바닥 만한 노트 위의 작은 글자도, 세계 지도 위의 후타바 타운도, 어두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도. 손가락을 이정표 삼아 바른 길을 찾아갈 있었다. 이따금 파란 스웨터에 가려져 있던 손목도 목덜미에 걸쳐있는 와이셔츠 깃도 당신 답게 반듯해서 좋았다.

 

이따금 나와 같은 어조로 말해주는 당신이 좋았어.

 

나이는 나보다 열댓살은 많고 누구보다 이지적이지만. 이따금 또래의 남자아이 같은 말투를 하곤 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주 오래 전부터 사귀어 친구처럼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때로 입술에서 내뱉는 농담이 너무나 아이 같아서, 그러면서도 너무나 재미 있어서, 우리 둘을 떼어 놓는 길고 세월조차 거짓말처럼 느껴지곤 했다. 전부 거짓말처럼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눈이 좋았어.

 

전부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적거나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면, 가끔씩 말없이 얼굴을 응시하던 눈빛이 좋았다. 마주치지 않아도 눈동자가 또렷하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는 알았다. 전부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심코 피식 웃어버리는 순간이 좋았어.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아무런 징조도 전후도 없이 문득 웃음을 흘리는 경우가 있었다. 어째서 웃는지, 유독 냉철하고 차가운 당신이 어째서 나와 마주보고 이야기하다 무심코 웃음을 흘려버리는지, 어린 나는 없었다. 제멋대로 행복한 예측을 해보다가도, 어쩜 사소한 찰나조차 자신의 망상으로 삼아버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자책하다가도 당신의 그런 웃음을 떠올리면 나도 따라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당신 앞에선 웃을 수가 없었어.

 

마음을 따르자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당신과 마주 순간에도 그리고 안녕하고 즐거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 후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아야 했다. 그렇지만 내키는 대로 미소를 지을 없었다. 조금이라도 흘려버리면. 마음이 흘러 나오면 들킬 테니까. 들키면 어떡하지? 혹시 이미 들켜버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신과 나는

 

참고 버티기엔 아직 어른스럽지 못했고, 그렇다고 떼를 쓰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아마 당신은 나보다 곱절은 시간을 걸어왔기에. 아마 이런 사소한 대화나 만남에 어떤 자유로운 설렘도 새로운 기대감도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당신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 어렸고 그리고 당신은

 

그래서 당신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어.

 

마음을 따르자면, 하루 종일 해바라기처럼 웃고 싶었다. 마음을 따르자면, 철없이 좋아한다 말하고 덥석 손을 움켜잡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을 따르자니,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을 순간에 잃을까 겁이 났다.

 

그래서 언제나 당신 앞에서 절반 만큼만 웃었어. 마음을 싹둑 잘라서 내보여도 이미 너무 크게 보였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동강 마음만큼만 웃었어.

 

' > 포켓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쥰히카/용식빛나] 라벤더  (0) 2021.01.13
[아카히카/태홍빛나] Last Act  (0) 2020.10.30
[아카히카/태홍빛나] 노도2  (1) 2018.10.04
[쥰히카(용식빛나)] Unrelished  (2) 2018.06.08
아카히카(태홍빛나)-노도  (0) 2018.06.06
:
Posted by 새벽(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