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세/월로윤슬] 히스이에서부터 따라온 등산가 아저씨가 너무 귀찮게 한다. (1) 글/포켓몬2023. 6. 13. 18:21
[레알세/월로윤슬] (등산가 월로)
히스이에서부터 따라온 등산가 아저씨가 너무 귀찮게 한다 (1)
1.
홀연히 나타나 빛나의 곁을 뻔뻔하게 지키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퍽 시일이 지난 화제였다. 빛나보다 몇 뼘이나 더 큰 사내의 모자를 벗겨보니 난천과 얼굴이 판박이었다는 사실도, 처음에는 천지가 요동할 정도의 대사건이었으나 이제는 별다른 뉴스도 아니다. 어쨌거나 그는 난천의 친척도 뭣도 아니었고, 자세히 알아보니 그녀의 먼 조상이 같을 뿐이었다. 유전자의 우연인지 위대함인지 모를 현상에 다들 입을 떠억 벌렸지만, 정작 그 사이에 낀 빛나는 무덤덤하였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빛나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토란떡을 먹었다. 빛나의 어머니는 그녀가 토란떡을 그리 좋아하는 지는 처음 알았다. 어쩌면 딸내미의 식성이 노인처럼 변해버린 게 더 큰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사내가 매일매일 틈도 주지 않고 빛나 옆에 붙어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집요할 정도로 그녀의 뒤를 따랐는데, 아무래도 미리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 듯 했다. 그러나 정작 빛나는 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난천 씨와 얼굴이 같으니까 어쩐지 안심 돼’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미리 정해 둔 것이든 아니든, 어쨌거나 두 사람을 목격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둘이 몇 시간이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잘도 떠든다’고 묘사했다. 근 몇 개월 사이 빛나의 언행은 눈에 띄게 예스럽다고 해야 할지 조숙해졌다고 해야 할지 모르게 변모했는데, 또 그 사내도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유독 묘했다. 부모도 소꿉친구도 원인을 알 수 없었으나, 그렇다고 콕 집어 비난할 만한 소동도 없어 그저 오리무중인 사안이었다.
“월로씨, 지겨워…….”
이른 아침, 대문을 열자마자 기둥처럼 서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빛나가 말했다. 그는 하나도 서운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조금 서운한 걸요.”
“거짓말. 웃고 있잖아요.”
말과는 다르게 입술 사이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온다.
“이런, 좀 봐주시죠. 몇 백 년만에 윤슬 씨를 보니 반가워서 그만.”
“그러니까, 다시 만난 지 벌써 반 년이 넘었잖아요? 그만 반가워해도 될 것 같은데.”
“제 오랜 세월 외로움을 아시긴 합니까? 조금 봐 주시죠.”
능글거리는 말투로 월로가 빛나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오늘은 어디를 가시죠?”
“음, 뭐…오후에 협회에, 볼 일이 좀 있어서. 그냥 시덥 잖은 미팅이랄지….”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을까?”
“아침 일찍 안 나오면, 월로 씨가 제 방 창문을 수 백 번씩 두드리잖아요. 토게키스한테 그런 쓸데없는 일을 시키지 말아주세요….”
“아침은 드셨습니까?”
“우유 한 잔 마셨어요.”
“저런, 한창 클 나이에 양이 부족하네요. 다이어트 중이 아니라면, 같이 식사나 하러 가시죠.”
빛나는 ‘이럴 줄 알았어’라며 툴툴 댄다. 어차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왔어도, 월로는 자신이 아침을 안 먹었다며 아무 식당이나 끌고 간다. 또 식당에 가서 몇 시간 동안 떠들겠지….
-라는 빛나의 예상은 한 치의 빗나감도 없었다. 사실, 예상이라기보다는 통계에 가까웠다. 월로는 지난 반 년 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빛나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그녀의 소꿉친구가 사실을 알면 기함 할 노릇이었다.
“배불러….”
“고작 채소 몇 개 먹고 배부르다니, 윤슬 씨는 더 클 생각이 없나 보군요.”
“성장기는 이미 지났다구요.”
“많이 먹어야 저처럼 자란답니다.”
“그렇게 커지고 싶진 않아요….”
빛나가 테이블 위로 엎드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또 월로가 핀잔을 준다.
“어쩐지, 무기력하지 않습니까? 히스이를 다녀와서 번아웃이라도 온 거 아닙니까?”
“저기…. 일단, 히스이를 다녀온 지는 꽤 지났구요. 그리고 월로 씨가 번아웃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좀 어색하고…. 뭣보다, 제가 지친 건 월로 씨 때문인데….”
“예? 제가 매일 이렇게 찾아와서, 식사까지 챙겨드리는데.”
“아뇨 아뇨. 그 전에도 엄마가 삼시세끼 챙겨줘서, 누구보다 식사는 든든했거든요. 그보다는 월로 씨랑 매일 투머치 토크를 하는 거에 매우 진이 빠져서….”
“하긴. 어머님의 요리솜씨는 매우 좋죠.”
포크를 입에 물고, 월로가 딴 소리를 한다. 뭐랄지, 그 모습을 보는 윤슬 속이 편치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있잖아요. 월로 씨…. 좀…히스이에 있을 때에 비해서, 뭐랄까….”
빛나는 턱을 괴고 월로의 두 눈을 응시한다. 어쩐지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다.
“좀…말 많은 할아버지 같아졌네요.”
2.
충격.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그 말을 듣고 월로는 한동안이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말 많다’와 ‘할아버지’ 어느 표현에 더 충격을 받았는지는 스스로도 가늠되지 않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빛나는 협회 미팅을 가야 한다며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도 하루 종일 시험 배틀, 이런저런 미팅. 이튿날은 말도 없이 하나지방으로 출장. 다시 만난 건 나흘이 지나서였다.
며칠만에 빛나를 본 월로의 첫마디는
“그러는 당신도 좀 애늙은이 같아졌네요.”
였다. 빛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며칠 동안 그 말을 생각하고 있던 거에요? 치졸해….”
“치졸하다니. 말도 없이 출장을 다녀왔으면서 심하시네요.”
“말 했으면 하나까지 따라왔을 거 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일인데, 그건 좀.”
전혀 타격감이 없는 듯, 빛나는 비니 위를 긁적거리기만 했다.
“확실히 애늙은이 같긴 합니다. 그 나이에, 무슨 일이 그렇게 많습니까? 누가보면 당신이 리그 위원장인 줄 알겠습니다.”
“사실, 챔피언이니까 위원장이랑 동급이긴 해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같은 상석에 앉거든요.”
“지금 자랑하는 겁니까?”
“그냥 설명하는 건데요.”
빛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말없이 두고 갔다고 투정부리는 셈이다.
“어제는 난천 씨 얼굴 봐서 좋았는데…. 같은 얼굴의 할아버지는 좀….”
“누가 할아버지라는 겁니까. 어쨌든 같은 얼굴이잖습니까. 전에는 [같은 얼굴이라 안심]된다면서요.”
“그게 실은…. 그런 줄 알았는데, 왠지 월로 씨 얼굴을 보면 좀 트라우마가 생각나요. 월로 씨가 저한테 저지른 일이 있어서.”
그 말에 약점이라도 찔린 듯 월로는 티나게 헛기침을 한다.
“그게 대체 몇 백 년전의 일인데, 일일이 기억하고 계십니까.”
“월로 씨한테는 몇 백 년 전의 일이지만, 저한테는 얼마 전의 사건인데요.”
그렇다. 월로는 긴 세월을 끊김없이 지내왔으나, 빛나는 시공의 균열을 통해 순식간에 히스이와 신오를 오간 셈이다. 즉, 히스이에서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에게 있어 불과 일 년 전의 일들이었다.
“쇼크…엄청난 쇼크.”
“그…거짓말 한 건 죄송합니다만.”
“괴상한 헤어에 이상한 의상…. 완전 쇼크.”
“그 쪽입니까?!”
월로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본다. 지인들이 말하는 ‘둘이 몇 시간이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잘도 떠든다’는 장면들이었다.
“그런 괴상망측한 차림을 보여준 바람에, 가끔 난천 씨를 봐도 생각난다구요. 얼마나 실례인지 알아요? 엊그제 미팅할 때도, 난천 씨를 보고 떠올라서 그만…웃음이….”
“미팅 가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겁니까?”
“…나진 않았지만요. 어쨌든 저한테 많이 잘못한 건 알고 계시죠?”
그러자 월로가 고개를 푹 숙인다. 푹 숙여 봤자, 빛나가 한참 작지만.
“정말이지, 얼마나 울었는데….”
“………울었습니까?”
갑자기 고개를 들고 묻는다. 또 눈동자가 초롱 거린다. 아, 빛나는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울었냐고요? 왜 답이 없습니까?”
“아 좀…. 말이 너무 많아. 딱히 운 건 아니고요….”
“방금 [얼마나 울었는데]라고 했잖아요.”
“으-그러니까 그건, 울만큼 괴로웠다던가 하는…그런 뜻이니까요?”
알 수 없는 의문형의 문장. 월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흠…울었군요. 엄청 많이.”
“저기. 제가 운 게 왜 월로 씨가 흐뭇해 할 일이죠? 보통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사과는 이미 많이 했고. 어쨌든 아까 당신이 한 말처럼. 당신에게는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니, 아아주 기억이 생생하겠군요.”
사실, 동영상을 찍어 놓은 듯 생생하다. 월로의 배신을 알고, 그를 무찌르고, 축복마을로 돌아와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아무도 모르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조사대원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거울 옆에 쭈그려 앉아 하염없이 훌쩍였다. 원망, 분노, 회한. 어떤 말로도 수식되지 않는 감정들이 산산이 깨져 맨발에 밟혔다. 심장에 피가 줄줄 흐르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아직도 어제 일 같지만…. 월로의 노련한 얼굴을 보면, 머릿속 핏기가 싹 가시곤 했다. 절대 말해주지 말아야지, 했는데.
“사과는 아무리 해도 부족해요.”
“뭐, 그건 계속하겠습니다. 여튼 많이 울었다는 거죠. 윤슬 씨는 눈물이 많네요. 어라? 아닌가, 나 한정인가….”
“그런 말투, 열 받으니까 쓰지 마세요.”
커피를 홀짝이며 킬킬 거리는 월로가 얄밉기 그지 없었다. 왜 울려 놓고 흐뭇해 하는 건지. 빛나는 입술을 비죽였다.
“어쨌거나, 제가 나쁘게 대하지 않는 건 다 난천 씨 덕분인 줄 아세요. 히스이에서 난천씨랑 닮은 사람을 만나서, 안심 되고 긴장이 풀어졌던 건 사실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난천이란 사람이 저를 닮은 거 아닙니까? 아니면 코기토 씨를요.”
“하여튼…저는 난천 씨를 엄청 좋아하니까. 닮은 사람도 좋아할 수 밖에 없죠.”
그러자 커피잔을 황급하게 내려놓으며 월로가 고개를 들이민다.
“예? 저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까? 방금?”
“…그 전 이야기는 안 들었죠? 전 난천씨를 좋아하는 거라니까요?”
“원래 모든 이야기는 결론이 중요한 겁니다. 흠. 저를 아주 많이 좋아하시는군요.”
“……그러고보니.”
히죽히죽, 귀가 시뻘개져서 키득 거리는 월로가 정말 악당처럼 보였다. 더이상 대꾸하지 않고, 빛나는 화제를 돌렸다.
“금경 대장을 처음 봤을 때도 엄청 놀랐어요. 태홍이랑 정말 비슷해서.”
“태홍이라면, 몇 년 전에 신오를 들썩였던 갤럭시단인가 뭔가의 보스 말이군요.”
입가의 웃음은 가시질 않지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긴 한 모양이다.
“뭐, 그 시정잡배들은 윤슬 씨가 다 처단하지 않았습니까?”
“표현이 조금…. 그치만, 금경 대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금경 대장을 떠올리면, 태홍도 조금 용서가 되는 거 같기도….”
“당신 사고방식은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겁니까? 그런 식으로 악당을 쉽게 용서해주면 안됩니다.”
“본인 얘기를 하는 건 아니죠?”
도둑이 제 발 저린 건지, 월로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따지면 히스이에서 만난 사람들과 얼굴이 비슷한 인간에겐 전부 호감이 생기겠군요.”
“뭐. 어느정도 사실이긴 해요~. 광휘도 영빈 선배를 만나고 난 뒤 뭔가 더 친숙하고. 전진 씨도 그렇고…. 마박사 님은 좀 싫어졌을지도….”
왠일인지 빛나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월로가 잠자코 듣는다.
“왜냐면 히스이는 이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돌아가지 못한다는 건…다들 다시 못 만난다는 얘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쓸쓸해져서…. 비슷한 사람에게 감정을 투영하면 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좀 심각한 얘기였나? 빛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이어나가다 월로의 눈치를 살폈다. 눈이 마주치자, 사뭇 날카로워졌던 눈매가 금세 평소의 생글거리는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까? 수 백 년이 지난 후 재회라니. 감동을 느끼셔도 됩니다.”
“음…그치만…저는 월로 씨보단 금경 대장이나 영빈 선배가 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칼 같이 월로가 말을 자른다.
“그러니까 저한테 난천인지 뭔지 하는 여자를 투영할 필요는 없단 얘깁니다. 월로의 오리지날은 여기. 바로 당신 앞에 있으니까요.”
“흐음….”
전부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빛나는 쿠키를 한 조각 집어먹었다.
“난천 씨를 투영 안 하면, 월로 씨에 대해선 온갖 악감정 밖에 없는데….”
“…….”
“뭐…그래도 노력해볼게요. 왜냐면, 월로 씨가 있으니까- 히스이에 대한 기억이 거짓이 아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어서 좋거든요.”
이번 대답은 마음에 들었는지, 월로가 느긋하게 씨익 웃었다. 만족의 미소였다.
“근데 그래서, 월로 씨는 왜 그렇게 오래 사는 거에요? 수명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어요?”
“그게 궁금하십니까? …당신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거뜬하니까, 걱정 마세요.”
“헤에…그 때까지도 안 늙으면 좀 징그러울지도….”
사실 지금도 좀 징그러울지도? 하는 생각은 쿠키와 함께 삼켰다. 월로는 순식간에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이토록 선명하게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라니, 수 백 년은 허투루 살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배부르네요.”
“주스랑 쿠키 하나 먹고요?”
“어제 저녁에 난천 씨가 밥을 엄청 많이 먹였거든요…. 그러고보니, 계속해서 먹이는 건 둘이 똑같네요.”
“빼빼 마른 당신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월로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계산을 하려는지 지갑을 꺼낸다.
“그래서 다음 일정은 뭐죠?”
“…집에 가서 낮잠 자고 싶은데.”
“저런. 한창 자랄 나이에 그런 무기력한 생활은 좋지 않습니다. 저와 봉신유적이라도 가시죠. 좀 걷기도 할 겸.”
“그냥 본인이 가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리고 유적 재미없어요. 할아버지 같애.”
“……….”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상호교류광장이나 사파리존이 유행인데…전혀 모르시는구나…역시….”
다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아니, 지명인지 다른 이름인지 잘 모르겠다. 가게를 나서며 월로가 읊조린다.
“그럼 그 상호…어딘지나 가시죠.”
“그럴까요? 사실 새로 잡은 이어롤을 데리고 가 보고 싶었어요.”
빛나는 배시시 웃으며 앞으로 뛰어나간다. 고작 주스 한 잔과 쿠키 한 조각을 먹었는데 기운이라도 차린 거 같다.
“가요! 등산가 월로 씨.”
“네.”
앞장 선 빛나를 따라 월로가 느즈막하게 걸어 나갔다. 키가 두 뼘도 차이가 더 나고, 외모도 복식도 닮은 점이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오에 높게 떠오른 태양에 진 그림자가 하염없이 길어져, 어쩐지 그림자 만큼은 키가 엇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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