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레마스] 사토신이 총선 전체 9위하는 이야기 글/기타2023. 11. 21. 11:58
그시절 유물 발견;
사토신이 총선 전체 9위하는 이야기
나는 괜찮아. 그도 그럴게, 하트는 아이돌인걸. 그 말을 수십 번이고 되뇌며 여기까지 왔다. 연습생 시절부터 일 년, 이 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한두 살 나이만 먹어가고. 데뷔가 결정되고도 제대로 CD 한 장 못 내봤지만. 그래도 하트는 아이돌이니까. 모두가 동경하는, 반짝이는 아이돌이니까-. 자기 최면처럼 수 없이 뇌까리며 끈질기게 버텨냈다.
살짝 얼린 맥주 캔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구멍이 찌릿하게 시리다. 기분 같아선 한 그릇 가득한 오꼬노미야끼나 후라이드 치킨이라던지, 온갖 종류의 튀김을 안주로 삼고 싶다. 대신 땅콩 몇 개를 까서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나름 체중관리라는 사명이 있다. 마트에서 파격 세일을 할 때 산 땅콩은 밍밍하고 식감도 텁텁했다. 아마 질도 맛도 좋지 않아서 재고가 쌓이고 쌓인 것을, 파격 세일을 해서라도 처리해버리려던 거겠지. 하트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곤 이정도 뿐이야. 싸구려 맥주와 맛없는 땅콩 안주. 이마저도 순간일 뿐이지만.
하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 척박하고 살벌한 아이돌 세계에서. 나는 왠지 ‘버텨냈다’는 말이 어울린다. 스스로는 제법 귀여운 외모라고 여기지만- 어리지도 않고. 공을 들여 만들어낸 컨셉도 그다지 먹히지 않는 것 같고. 그럼에도 지금까지 버텨낸 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아이돌이 정말 좋아서-였다.
그렇게 몇 년을 버텼더라? 짧고도 긴 세월이다. 강산이 변하기엔 절반이 부족하지만,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어버리는 시간. 하트는 그동안 뭘 이뤘을까?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총선은, 번번이 실패였다. 늘 순위권 밖. 200에 가까운 숫자는 매번 배열만 달라질 뿐, 세 자리라는 점은 변하질 않았다. 하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이루었지만, 그 다음이 더 괴로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빛나지 못하는 아이돌이라면, 아이돌로서 의미가 있는 걸까?
어느새 맥주 한 캔을 다 비웠다. 땅콩 껍질 부스러기를 휴지통에 아무렇게나 버렸다. 먹자마자 바로 잘 수는 없으니, 일단 샤워라도 할까. 제대로 클렌징을 하고 얼굴에 팩도 하고…. 스트레칭도 해야 겠다. 불면은 피부미용의 최대 악이다.
의미가 없더라도, 하트는 버텨야 해. 그게 과거의 나와 한 약속이니까.
장마철 눅눅한 습기가 밴 시트 위로 아무렇게나 몸을 뉘었다. 후드득 먼지 쌓인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와 함께 잠이 쏟아졌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의미 없는 주문처럼 마음속에 소원을 되새기며 이불을 끌어안았다.
**
미리 메이크업을 하고 오길 잘했다. 역시나, 행사장 대기실은 너무 좁고 변변치 않았다. 마을 변두리에 신장 개업하는 작은 쇼핑몰에 그럴듯한 시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에요?”
상점 주인들과 그들의 지인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무슨 아이돌이야. 아무래도 개업 때 연예인을 부르면 조금이라도 이목을 받지 않을까 싶어 불렀지.”
“누군지도 모르고 부른 거예요?”
“그도 그럴게, 365프로에 가장 싼 아이돌을 데려다 달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저 아이가 왔어. 이름이 뭐지- 사토. 성이 사토였는데.”
우습게도, 나를 고용한 사람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구지?’ ‘아이돌인가’ ‘전혀 모르겠어’ ‘저런 애가 미시로에 있었다니’. 눈앞에 사람을 두고, 마치 우리 안의 동물을 보는 것 같은 말과 시선들. 온몸에 부스러기가 쏟아진 것처럼 간지러웠다. 괜찮아, 이런 대우는 익숙하다. 있는 힘껏 마이크를 쥐었다. 괜찮아, 그래도 노래할 수 있으니까. 스테이지가 있으니까.
그날 나는 노래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목청껏 노래를 했다. 조금 유행이 지난 남의 히트곡을 누구보다 열심히 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낯선 눈길로 나를 보았다. ‘누구야?’ ‘슈가하트가 뭐지’ ‘아이돌이라고?’ ‘전혀 모르겠네’. 악의가 없는, 하지만 너무나도 괴로운 말과 시선들을 받아내며. 슈가하트는 스테이지를 마쳤다. 고마워, 고마워요. 눈물 대신 발랄한 무대인사를 건넨다.
땀을 닦고 간이 무대에서 내려올 때, 인파 속에서 낯익은 소녀가 보였다. 살짝 웨이브가 진 긴 머리에 초록색 눈망울의 소녀. 그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빛나지 못하는 아이돌이라면, 의미가 있는 걸까?
나는 자신 있게, 응, 물론- 이라고 답하지 못했다. 대신 두 눈을 꽉 감았다. 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왜냐면 너에게 지금의 내 모습 따위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
**
어린 시절 내 꿈은 놀이동산의 색색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신짱은 노래하는 목소리가 어여쁘구나. 춤도 잘 추네.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페이스를 이어 나가는 끈기가 있어.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잡지와 TV, 라디오 등 온갖 미디어를 장식하는 아이돌을 보며 성장했다. 반짝반짝, 밤하늘을 수놓는 별처럼 빛나는 아이돌.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아이돌이 된다면, 매일매일 놀이동산에 가는 것처럼 모두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거야. 그럴 자격도, 재능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여겼다. 미시로 프로덕션 오디션에 떡하니 합격했을 때 까지만 해도.
스무 살. 아이돌로서는 제법 늦은 출발이었다. 그런데도 어쩐지 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와시마 미즈키, 키타나리 사나에…. 뒤늦게 떠오른 아이돌들의 이름을 줄줄 읊으며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단언했다. 내 무대를 보는 모두를 매일매일 놀이동산에 가는 기분처럼, 즐겁게 해줄 거야. 그 말을 하자 프로듀서는 싱긋 웃었다. 사토 신씨라면 할 수 있어요. 나는 그 말을 굳게 믿고 나아갔다.
프로듀서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왜냐면 그 프로듀서는, 숱한 무명 아이돌을 양지로 끌어올린 능력자였으니까. 잘못이라면 아이돌인 나에게 있었을 테다. 아이돌이라는 명함만 달고, 제대로 된 성과 하나 못 올리는 바보 같은 슈가하트. 인생이 롤러코스터라면, 내 삶은 줄곧 아래로만 치닫고 있었다. 곧 올라가지 않을까? 매일매일 기도했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 매일매일 똑같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였다.
내 첫 프로듀서는 2년 반 만에 곁을 떠났다. 그도 정말 오래 ‘버텼다’. 나와 함께 지하에서 양지로 올라가자고, 두 손 맞붙잡고 수십 번을 맹세했었다. 그 맹세는 싸구려 유리잔처럼 바닥에 닿자마자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다. 난 그가 잘못했다고 여긴 적은 없다. 이후로 프로듀서는 여러 번 바뀌었다. 못 나가는 아이돌을 끌어올려 제대로 된 실적을 쌓겠다고 호기를 부렸던 신입프로듀서도 있었고, 어중간하게 일을 하다 내 곁으로 내쳐진 프로듀서도 있었다. 그들은 전부 실패했다. 이윽고 제 입으로 날 맡겠다는 프로듀서는 없어졌다. 명실 공히 미시로의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하트, 많이도 내려왔네. 이러다 지하 끝까지 가버릴지도.”
속에 담아둔 말이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튀어나왔다.
“발끝만 보며 걸으면 넘어져요, 신짱.”
나의 시선 끝에 익숙한 발끝이 들어왔다. 새까만 구두를 신은 작은 발.
“나나 선배.”
“신짱, 일 다녀온 거에요?”
“네, 선배도?”
“그랬죠. 오늘은 라디오 토크쇼였는데, 뭔가 잔뜩 곤란한 질문들만 받아버려서- 정말이지 진이 쭈욱 빠지네요, 후하.”
방긋 웃어 보이는 나나 선배의 입가에 살짝 경련이 일어났다.
“나랑 같이 파르페 먹으러 갈래요? 일을 마쳤더니 당분이 부족해서 말예요.”
“저, 이번 달 생활비 빠듯한데요….”
“물론, 우사밍이 낼 거랍니다. 일에 찌든 우사밍과 놀아주는 답례예요.”
나나선배의 손에 이끌려 아기자기한 스위츠 가게로 들어섰다. 몇몇은 ‘우사밍’을 알아보고 이름을 외치거나,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슈가하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했다구요. 정말이지, 너무하지 않나요?”
앙증맞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하지만 내용은 썩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에, 그렇네요.”
“신짱. 내 말 듣고 있어요?”
“무, 물론이죠, 선배.”
“그럼 내가 무슨 말 했는지 다시 말해볼래요?”
“음-그러니까. 에헷, 최근 체중이 불었단 얘기였나-?”
“하, 그렇죠. 나름 관리를 하는대도 자꾸 몸무게가 늘어…, 가 아니잖아요! 나나는 아까 다녀온 라디오쇼 얘기를 하고 있었다구요-.”
볼을 잔뜩 부풀리며 토라진 포즈를 취한다. 어쩜, 모든 행동과 말투가 전부 사랑스러울까. 정말로 ‘우사밍별’에서 온 ‘우사밍’처럼.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얼버무렸다.
“그래요, 곤란했겠네요. 저는, 라디오 일도 그다지 해본 적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배의 얼굴이 굳었다. 아, 방금은 조금 비꼬는 어조였나. 의도한 건 아니지만 무례한 언행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 나나선배. 제 말뜻은 그게 아니라-.”
“신짱은 그게 문제에요.”
“에, 그러니까, 비꼬려는 뜻은 아니였구-”
탕! 나나선배가 제법 세게 탁자를 쳤다.
“신짱은 말이죠, 그게 문제에요! 남들과 비교하는 점!”
“에….”
내 앞의 아이돌은, 전혀 다른 부분을 파고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우사밍’과 ‘슈가하트’를 비교했죠? 그건 안 돼요. 왜냐면, ‘우사밍’과 ‘슈가하트’는 전혀 다른걸요-.”
사뭇 진지하게, 속삭인다.
“같은 아이돌이지만, ‘우사밍’은 우사밍별에서 왔고, ‘슈가하트’는 지구의 마법소녀잖아요?”
“…그런 포인트?”
“내 말은 같은 아이돌이어도 ‘다른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거에요. 우사밍은 라디오나 쇼에 나가서, 성우 아이돌로서 자신이 줄 수 있는 기쁨을 사람들에게 주고- 슈가하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또다른 기쁨을 주면 되는 거에요.”
그건, 마치.
“마치 놀이동산에 갔을 때-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랑, 회전목마를 탔을 때랑, 둘 다 즐겁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지요? 그런 거에요, 신짱.”
“선배.”
“예전에 신짱이 말했었죠, 아이돌이 된다는 건 모두를 놀이동산에 가는 것처럼 기쁘게 해주는 거라고. 한 놀이동산 안에도, 여러 가지 기쁨이 있어- 그게 수많은 아이돌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거에요.”
그 말은 너무나 깊숙이 내 안을 파고들어, 잊고 있었던 기억에 파문을 일으킨다.
어린 소녀는 어느 날 아이돌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아이돌을 보았다. 그 경험은 너무나 다채롭고 신비로워 그녀의 안에 보석처럼 박혔다. 어떤 풍경보다, 어떤 사건보다 풍요로웠다.
마음 속 고민이 지하 끝까지 파고들더라도, 하트는 포기할 수가 없어. 포기하는 게 포기하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 이제 와서 전부 놓아버린다면- 분명 하트는 후회할 거야. 조금이라도 더 해 볼 걸. 몇 년만 더 노력해 볼 걸. 하트는 하트 자신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늘 하루는 고민과 고통의 연속이니. 그 굴레 속에서도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입고, ‘슈가하트!’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바보처럼 행복해지니까-.
겨우 마음을 다 잡고 잘 준비를 하려는데, 느닷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야심한 시각에 누구일까 하고 구형 폴더를 열어봤더니, 나나 선배였다.
몇 주 전, 술에 잔뜩 취해 야밤에 전화를 걸어선 마구 술주정을 했더랬다. 사실, 술주정을 빙자한 한탄이며 자조였겠지만. 나나선배도, 우사밍이 아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주위에 얼마 없었다. 나는 예외라고나 할까. 예전에 함께 유닛활동도 했었고, 컨셉도 비슷해 고민거리도 겹쳤다. 서로,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는 표현이 알맞을지도. 나는 바로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나나선배, 무슨 일이에요?”
[아아아아아 신…신짱!!]
“에에~ 또 술 마신 거에요? 나나선배도 나만큼이나…아니, 흠흠. 여튼 엄청 주당이라니까☆”
[그그그게 아니야 신짱!!! 사무실 홈페이지 학인해 봤어요?]
“아뇨?”
[오오늘 자정에 총선 결과가 발표된다고 했었잖아! 그게 방금 떴는데, 신짱-]
“…엇, 나나선배가 신데렐라 걸이라도 된 거에요…?”
[아아아니 그런 거보다 더 큰일이라고! 엄청나 신짱!!]
자신이 신데렐라 걸이 되는 것보다 더 큰일이라니. 그런 일이 이 세상에 있으려나? 나나선배의 전례 없던 호들갑에 재빨리 노트북을 켰다. 전원이 들어와 있는 상태라 홈페이지에 금방 접속할 수 있었다.
“선배, 설마 장난치는 건 아니죠-? 아무래도 술 마신 거 같은데….”
[으으, 너는 정말- 나나는 완전 맨정신이에요. 빨리 총선 결과 확인해 보세요!]
네, 네. 얼마나 당황한 건지 존댓말과 반말이 마구 섞이고 있다. 어차피 나는 또 순위권 구경도 못해볼 거라고 여겨, 총선 진행 자체에 관심을 안 두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어오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렸다. 어디 보자, 총선 결과…결과는….
화면에 제일 처음 뜬 것은 제 5회 신데렐라 걸, 시마무라 우즈키. 귀엽고 상냥한 아이이니,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 다음은 꾸준히 단단한 지지층을 자랑하는, 아이돌 계의 전설인 타카가키 카에데. 이어서 4위, 5위, 6위…. 총선 권위 안에서 익숙한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도 보였다.
“어라?”
그리고 9위에 자리한, 너무나도 익숙한- 한 아이돌. 나이에 안 맞게 양갈래로 머리를 묶고, 천사 날개를 달고, 있는 힘껏 상쾌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이돌. 382,744의 득표수를 기록해 패션 3위까지 거머쥔 그 아이돌의 사진 아래에 적힌 이름은.
사토 신.
“……어?”
나였다.
그 아이돌은, 자기 자신을 슈가하트라고 부르며 자칭 마법소녀 컨셉을 들이밀고.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말투를 어색하지 않게 마구 내뱉으며. 포즈는 대담하게, 윙크는 자신 있게, 팬서비스는 언제나 넘치다 싶을 정도로 해주는 아이돌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곡 하나 없고, 인지도는 열 살은 더 어린 아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지지만. 포기하는 게 포기하지 않는 것보다 어려웠던- 그런 아이돌이었다.
[…봐, 봤어요? 신짱. 신짱 정말 대단해….]
“서, 선배는 또 7위네요. 하하, 득표수 봐봐- 선배는 정말 대단해.”
[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신짱. 듣고 있어요? 신짱이 해냈어요!]
“하, 하하….”
눈물이. 수년을 묵은 눈물이 환희와 함께 가슴 속에서 들끓었다.
[신짱….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요. 노력한 게 보상 받는 거에요. 팬들도, 대중들도 모두 신짱을 이제야 알아봐주는 거라구요.]
고마워요, 나나선배. 차마 말하지 못하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내 울음소리 위로, 수화기 안쪽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자장가를 부르듯 읊기 시작한다.
[신짱, CD 데뷔는 확정이에요. 이렇게 득표수가 높으니 분명 어마어마한 작곡가랑 작사가가 붙을 걸요? 그리고 단체곡도 불러야해요. 인지도도 쑥쑥 올라갈 테니, 분명 TV나 라디오 여기저기서 콜이 올 거라구요. 어쩌면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 소속사 콘서트에서도 동료들이랑 다 같이 노래 부를 수도 있고….]
“…하트, 앞으로도…아이돌 계속, 해도 되는 거죠?”
[물론-. 하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까.]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아요, 신짱.]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아서-. 수십 분 전, 머릿속을 얼키설키 헝클어 놓았던 실타래 같은 고민들이 순식간에 하얗게 사라져버렸다. 전부, 전부 너무나 바보 같은 고민들이었다. 정답은 이상하리만치 간단했는데 말이다. 내가 포기하지 않아서, 포기할 줄을 몰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슈가하트는, 하트는.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노래도 마음껏 부르고, 스테이지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TV에 나와 시시콜콜한 개인기도 보여주고, 다른 아이돌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하고, 여기저기 행사에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기도 하고.
하트는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서있을 곳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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