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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overgrowth 플롯 그대로 안 따름 주의 (날조)

**2편 없음 주의




[언더테일/플라워펠] 꽃과 벌과 사랑이 흐르는 이야기

 

플라위 꽃잎이 몇 개였더라?”

 

고개를 갸우뚱, 한손으로 입술을 짚으며 프리스크가 물었다. 마치 수수께끼를 내는 어린아이 같은 몸짓. 농담이지, 그거. 샌즈는 소리 없이 혀를 찼다. 폭포수처럼 탄막을 쏟아내는 파피루스를 겨우 따돌리고, 워터풀의 문턱에 힘겹게 발을 들였다. 그 사이 프리스크의 두 눈은 만개한 꽃으로 가득 차 버렸다. 조금의 틈도 없이 차갑게 시야를 가둬버린 꽃들을 가리키며, 꼭 꽃으로 안경을 만든 거 같지 않아? 하고. 세이브포인트에서 농담조로 프리스크가 말했더랬다. 허나 하나도 우습지 않았다. 지금의 농담도 마찬가지.

 

내 꽃잎은 6장이야, 프리스크.”

 

그 와중에 노란 꽃이 상냥하게 대답을 한다.

 

그렇구나, 5개인지 6개인지 헷갈렸지 뭐야.”

손으로 만져서 확인해 봐도 돼, .”

 

노란 꽃이 줄기를 내려 프리스크의 손을 자신의 꽃잎으로 인도한다. 프리스크는 아기를 쓰다듬듯 노란 꽃의 꽃잎을 한 장 한 장 세어간다.

 

“6개 맞네.”

그지? 이제 잊으면 안 돼.”

 

장난 끝났으면 그만 출발할까.”

 

멀찍이서 지켜보던 샌즈가 결국 입을 열었다. 프리스크는 샌즈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장난 친 거 아닌데, 샌즈.”

그래- sweetheart. 어쨌든 그만하고 출발하자. 파피루스한테 따라잡힐지도 몰라.”

 

혹은 다른 괴물이 나타나 공격해올지도 모르고-. 샌즈는 머릿속에 떠오른 대사를 끝까지 읊지 않고 프리스크의 손을 잡았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다는 건 알지만, sweetie. 하지만 난 네 그런 모습을 보면 볼수록.

그녀의 왼쪽 손목에도 어느새 꽃 몇 송이가 피어나 있었다. 그녀의 자비에 눈을 돌린 죄로 얼마나 많은 꽃을 피어나게 했던가. 그리고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로, 또 얼마나 많은 꽃을 피어나게 할까. 상상만으로도 샌즈는 죄악감이-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죄를 지으면 안 돼.

 

프리스크의 손을 꽉 잡으며 샌즈가 속으로 다짐했다.

 

그게 그녀와 한 약속이니까.

 

****

 

다짐하고 또 다잡았던 약속은, 부질없이 분쇄된 종잇조각처럼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워터풀의 동굴에서 벗어나자마자, 번쩍이는 수십 개의 창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악마, 학살자, 살인광. 언다인은 어떤 끔찍한 수식어를 붙여도 어울렸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프리스크의 목숨뿐이었다. 자비는 소용없었다. 자비에 대한 대가로 언다인은 때론 프리스크의 심장을, 머리를, 목을, 가차 없이 잘라내고 도륙했다. 그리고 결과는 늘 같았다. 소녀의 몸을 관통한 창끝을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면, 다시 세이브포인트였다.

 

그만하자, sweetheart. 내가. 언다인을 죽일 테니까.”

 

몇 번이나 로드를 한 걸까. 기억할 수 없던 샌즈는 애원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프리스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헤진 스웨터 사이로 새로운 꽃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팔다리는 뼈가 없는 생물처럼 축 늘어져있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하며 단호하다.

 

아냐, 죽이는 건 안 돼.”

네가 죽는 건 괜찮고? 어째서 남의 편만 드는 거야, 자기 생각은 않고.”

그건 네가 있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sweetheart.”

 

살포시 기댄 건지, 기운을 잃고 스러지는 건지 분간할 수 없는 무게 없는 감촉. 프리스크의 머리가 샌즈의 어깨에 닿는다. 낯설었던 온기가 어깨를 타고 전해진다.

 

네가 변해주었으니까.”

 

아아, 그거 말이구나. 샌즈는 그릴비에서 두 사람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있잖아. 가장 나쁜 사람이라도 변할 수 있을까?

-노력만 한다면,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물론이지, 샌즈.

 

그래서 난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했어.”

 

 

그 말에 샌즈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프리스크의 희망은 명백한 오산일지도 모른다. 샌즈가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괴물들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찬 그릇된 믿음일지도 모른다. 샌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하지만사실 내가 괴로워, 나는 네가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무사히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어.”

샌즈, 그거 알아?”

?”

바깥에는 말이지, 사람의 병을 낫게 해주는 의사가 있어. 아마 밖으로만 나갈 수 있다면- 나는 분명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초연한 그녀의 그림자에 거짓이 드리우고 있다. 샌즈가 금세 눈치 챘다. 그건 그녀의 버릇이었다. 안심시키기 위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태연한 척 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내뱉는 버릇. 프리스크와 돌고 돈 로드가 수십 번이었다. 그 많은 시간을 함께 걸어온 샌즈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프리스크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나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 결말에 도달하기 전까지, 얼마나 다치던 그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중요한 건 괴물들이 다치지 않는 거야.”

 

…….”

 

왜냐면 나는 죽어도 다시 로드할 수 있지만, 괴물들은 아니잖아. 토리엘도, 파피루스도, 언다인도, 다른 괴물들도. 한 번 죽으면 먼지로 변해버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는 수백 번을 죽어도 괜찮다는 거니, sweetheart.

 

그러니까 난 괜찮아. 다시 한 번 가보자, 샌즈.”

 

그런 그녀의 자비를 사랑하였지만.

너무도 사랑함으로 인해 괴로워질 수도 있다는 걸- 샌즈는 목이 메는 고통 속에서 깨달았다.

 

****

 

이번에는 언다인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발이 빠른 언다인은 순식간에 뒤를 따라잡곤 했지만, 그때마다 어찌어찌 성공적으로 도망쳤다. 이윽고 핫랜드에 간신히 다다랐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쫓아 오던 언다인은 뜨거운 대지 열을 이기지 못하고 풀썩 쓰러진 것이다.

 

됐어, 이제 가자- 프리스크?”

 

프리스크는 그대로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

 

빨리 가야지, 뭐하는 거야. 프리스크?”

.”

 

재촉하는 노란꽃을 무시하고- 프리스크가 한 손을 내민다.

 

?”

여기 정수기가 있다고 했지. 그걸 줘.”

물 마시려고?”

 

노란 꽃이 줄기를 길게 늘어뜨려 물 한잔을 건넨다. 프리스크는 보물단지라도 쥔 마냥 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내가 아니라.”

그만둬, sweetie.”

 

그녀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차린 순간, 샌즈가 막아섰다.

 

그만둬. 지금까지 한 일을 수포로 만들 셈이야?”

아니, 이건 지금까지 한 일의 연장선이야.”

 

프리스크는 샌즈의 팔을 가볍게 물리쳤다.

그래. 분명 언다인이 여기에서 쓰러져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프리스크가 바란 결말이 아니었을 테다. 아니. 애초에 샌즈는 프리스크를 막을 자격조차 없었다. 그는 동행인일 뿐, 인도자가 아니었다.

 

물을 받은 언다인은 간신히 두 눈을 떴다. 자신에게 물을 준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자, 오묘한 감정의 그림자가 얼굴에 떠올랐다. 마치 고마워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샌즈처럼.

또다시 세찬 창들의 빗줄기를 받아내야 할까 두려웠지만. 놀랍게도 언다인은 아무 공격도 없이,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되돌아갔다

 

그럼, 갈까.”

 

그녀는 샌즈의 외투를 걸치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외투 사이로 삐져나온 꽃송이들을 바라보았다.

 

샌즈?”

 

답이 없자 플라위가 그를 재촉한다. 샌즈는 한동안 머뭇거리다, 수백 번을 더 삼켜두었던 질문을 했다.

 

“sweetheart, 대체 그 꽃은 뭐야?”

 

대신 노란꽃이 대답한다.

 

우리도 몰라. 다만 프리스크가 죽을 때 마다 생겨난다는 것하고, 억지로 떼어낼 수 없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

그런 게 어째서 생기는 건데?”

글쎄, 모른다니깐.”

 

샌즈는 프리스크의 답을 기다렸다. 명확한 답이 없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존재하지 않는 하늘을 응시하듯, 프리스크가 고개를 세웠다.

 

그냥 내 생각인데.”

 

금세라도 꺼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가 꽃잎 사이로 새어나왔다.

 

이건 벌일지도 몰라.”

 

? 그게 벌이라면, 네가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 sweetheart.”

 

그게 벌이라면- 자비를 베푸는 소녀를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고, 수천 번도 더 피를 토하게 하고, 수십 번의 죽음을 경험하게 한 녀석들이 받아야 마땅했다. 적어도 샌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샌즈. 벌이란 건 원래 그런 거야.”

 

프리스크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벌이라는 건 원래. 지은 사람이 꼭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결백한 사람이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마치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현자처럼, 소녀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쩌면 한 사람이 전부 받아야 할 수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원망과 통한이 쌓이고 쌓였다면. 그게 꽃의 저주라면. 견뎌내야 하는 건 나일 수도 있겠지.”

 

숱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것이 자신뿐이라 마치 다행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샌즈는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알아, sweetie? 너는 신도 성직자도 아니야.”

당연히 알고 있지. 나는 신도 성직자도 아니니까, 이런 방법 밖에는 못 쓰는 거야. 내가 신이었다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알고 있고, 행할 능력도 있었을 거야.”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난 네가 이 방법을 그만둔다고 말할 때를 언제든 기다리고 있어.”

으응, 고마워.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샌즈. 난 말야.”

 

그녀의 한 마디는 불어오지 않는 바람을 타고 지하 저 너머로 날아갔다.

 

포기하지 않는 게, 포기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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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