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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31. 01:45

[포켓몬/시로히카] 쉬는 시간 글/포켓몬2015. 1. 31. 01:45

2012.6.10

시로히카 학교 AU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히카리는 교무실로 향했다. 품 안에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들려 있었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창가와 벽을 낀 외진 자리. 그곳이 역사 담당 시로나의 자리였다. 히카리는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불렀다. 그러자 시로나는 바로 그녀를 알아보고는 옆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저, 선생님. 질문이 있어서요.."

"그래그래. 히카리는 언제나 열심이구나."

 

선생님의 칭찬에 머쓱한지, 히카리는 대답도 않고 책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이 책 저 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다, 어떤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히카리는 이 부분의 교과서 설명과 자습서의 설명이 조금 괴리감이 있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시로나는 말없이 책을 응시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모의고사나 내신과는 일체 관계 없는 부분이었다. 시로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으응. 그래 이건 말이지.."

 

시로나는 상당히 능력있는 역사 선생님이었다. 대학교 시절에도 성적이 우수해 조기졸업을 하고, 어린 나이에 역사나 교육 관련 서적들의 집필에 여러번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교과서의 아무리 소소한 내용일지라도, 학생들에게 자세하고 깊게 설명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질문을 한 히카리는 답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소녀의 시선은, 물 흐르듯 자신의 지식을 토해내는 선생님의 모습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의 말투, 입술 모양, 움직이는 손 끝, 부드러운 금색 머리칼, 그녀의 모든 것 하나하나가 소녀를 사로잡았다. 히카리는 우등생이었다. 공부는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들고 그 중에서도 역사 과목은 항상 거의 만점을 받다시피 했다. 히카리는 수업에 열중하는 눈빛만으로도,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선생님들에게 품게 해 주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리고 난해한 문제도 스스로 풀어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배우는 유형이어서, 선생님들에게 질문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게다가 시로나는 언제나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쯤, 질문할 시간을 주곤 했다. 하지만 히카리는 그 시간을 이용하지 않고, 언제나 쉬는 시간에 쪼르르 달려와서는 시로나의 책상에 서있곤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미미한 문제들,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들을 잔뜩 껴안고서.

 

"-라는 거란다. 이해했니, 히카리?"

 

시로나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자, 히카리는 움찔 놀라고 말았다. 소녀는 네, 네 하며 대답하기는 했다. 그러나 선생님한테 푹 빠져있던 탓에 말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 가 볼게요 선생님, 이라는 말도 못하고 히카리는 멋쩍게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쉬는 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선생님과 같이 있고 싶었다. 선생님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히카리는 머쓱해져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사실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소녀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동경? 존경? 공경? 혹은... 어린 히카리는 그 이상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 느끼는 그런 보통의 느낌이 아니란 것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멀뚱히 서 있는 제자를 보고, 시로나는 또 한번 웃었다. '이 아이는 자기가 왜 여기에 계속 서 있는지도 모르겠지.' 나이차가 심하게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로나는 어른이었다. 질문거리를 만들어서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찾아 오고, 정답은 귀 기울여 듣지도 않는다. 한참을 자신을 붉어진 얼굴로 빤히 쳐다보더니, 가야할 때가 되니 아쉬워서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런 아이의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여전히 히카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로나는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자, 그럼. 곧 있으면 수업 시작할테니 같이 교실로 가볼까. 나는 다음 수업이 9반이니까 너희반은 가는 길이거든."

"앗, 네.. 네 선생님!"

 

 그 말에 금새 얼굴이 밝아져서는. 제자는 선생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아아, 내 제자는 참 순진하기도 하구나. 그러면 다 알 수 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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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벽(dawn)